음… 뭐랄까. 그날은 좀 이상했어요. 별일 없었어요. 진짜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뭔가 마음이… 이렇게 표현하면 되나… 좀 무너지는 느낌? 말은 안 나오고, 숨은 조금 막히고. 그런 날이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또 아무것도 안 하긴 뭐한 그런 이상한 기분이었죠.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은 가만히 멈춰있는… 딱 그런 날이요.
1. 그날따라 국물 같은 게 생각났어요
진짜 배가 고픈 건 아니었어요. 근데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속이 막 허한 느낌. 뭔가 뜨끈한 국물 같은 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그냥 집 앞 국밥집 들어갔어요.
혼자였어요. 말도 안 하고, 메뉴판도 안 보고 그냥 순댓국 주세요. 그렇게 말했죠. 앉아서, 한참 멍하니 있었어요. 국이 나왔는데, 젓가락도 안 들고 그냥 김 올라오는 거만 보고 있었어요.
어느 순간, 진짜 그랬어요. 눈물이… 나올 뻔했어요. 아무 이유도 없는데요. 그냥 그 김 피어오르는 그 순간에, 마음이 ‘풀컥’ 내려앉았달까.
2. 뭘 먹고 싶다는 게 아니라,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 후로 생각해보면요,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마다 딱히 맛있는 걸 찾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요…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바나나요. 그거 진짜 많이 먹었어요. 그 부드러운 느낌이요. 씹는 것도 귀찮은 날에 그냥 넘기기 좋아서요. 근데 그 달콤함이 살짝 올라오면 뭔가 마음도 같이… 이렇게 살짝 풀리는 기분이에요.
계란도 그랬어요. 반숙으로 삶은 계란 하나. 소금 살짝 찍어서 한 입. 그 고소한 맛이 그날은 그렇게 따뜻했어요. 진짜루요.
된장국은 그냥, 그거 하나면 돼요. 요리 못해도 끓일 수 있잖아요. 된장 풀고, 두부 넣고, 물 끓이고 그게 다예요. 근데 그게 다인 게 좋은 거예요.
한 모금 마시고 “하…” 하고 한숨이 나오죠. 그게 꼭 피곤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느낌이 나서 그런 것 같아요. 아, 그런 거예요. 말로 잘 설명 안 되는데… 그냥 그래요.
3. 스트레스 받으면 폭식하게 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예전엔요. 그냥 뭐 막 먹었어요. 떡볶이, 치킨, 과자, 라면 두 개… 속은 채워졌는데, 마음은 더 허전했어요. 진짜 그랬어요.
그래서 이제는 바꿨어요. 조금씩, 천천히, 따뜻하게. 폰 내려놓고, 티비 끄고 그냥 밥만 보는 거예요.
한 숟갈 뜨고, 잠깐 멈추고, 그다음 또 한 숟갈. 그렇게요.
조용히 먹으면요, 속이 편안해져요. 그리고 마음도 조금 차분해져요. 그게 진짜 위로 같더라고요.
4. 아무 이유 없이 무너지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엔 밥이 먼저 생각나요
그날도 그랬어요. 출근도 못 했고, 폰 알람만 계속 울렸는데 끄고 다시 누웠어요.
눈물은 안 나요. 이상하게… 그럴 땐 그냥 멍해요. 근데 배는 또 고픈 거예요. 그래서 냉동 호박죽 꺼내서 데웠어요.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소리 들으면서 그 앞에 앉아 있었어요. 그냥… 기다렸어요. 멍하게요.
그릇 들고, 숟가락으로 한 입. 그 달콤하고 부드러운 호박죽이 그날의 전부였어요.
그거 먹고 나니까 그래도, 조금은… 살아있는 기분 들었어요.
5. 혼자라도 괜찮았어요. 오히려 혼자라서 더 위로됐어요
누가 밥 같이 먹자고 해도 그날은 싫었어요. 말 걸리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그냥, 혼자 있고 싶었어요.
근데 밥은 챙겨 먹고 싶었어요. 그게 무슨 모순인지 몰라도 그랬어요.
혼자 조용히 앉아서 된장국 끓이고 밥은 반 공기만 퍼서 김치랑 같이 먹고 물 한 컵 마시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뭔가 해낸 느낌이었어요. ‘그래, 오늘도 해냈다’ 이런 생각. 작지만… 소중한 한 끼였어요.
6. 음식이 해결해주진 않아요. 근데 잠깐은 버틸 수 있게 해줘요
누구는 말하죠. “먹는다고 나아지냐?” 저는 그 말에 “응, 조금은.”이라고 답해요.
밥이 마음을 다 고쳐주진 않아요. 근데요, 그 순간만큼은 조금은 덜 흔들리게 해줘요.
밥 한 그릇으로 내 인생이 바뀌진 않지만 그 하루는 붙잡을 수 있어요.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7. 오늘도 무너졌다면, 밥 한 끼 먼저 챙겨봐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시 지쳐 있다면요, 밥 한 끼만 먼저 챙겨봐요.
거창하게 말고요. 고구마 하나, 바나나 하나, 아니면 계란 하나 삶아서요.
아무 맛도 안 느껴져도 괜찮아요. 그냥 씹고, 삼키는 그 순간 ‘아직 나, 괜찮다’는 생각이 어디선가 살짝 올라올 수 있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저도 그렇게 버텼어요. 지금도 그래요.
그러니까 오늘은 나한테 밥 한 끼, 선물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