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자꾸 이상하다고 말하는데, 그때는 몰랐어요
그런 날 있잖아요. 별일 없는데 이상하게 피곤하고, 자고 일어났는데 더 피곤하고. 그게 자꾸 반복되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게 돼요. 처음엔 그냥 그런 줄 알았어요. 그냥 피곤한가보다. 좀 무리했나? 뭐 그런 생각. 근데 이상했어요. 쉬어도 안 나아지고, 자도 피곤하고. 밥도 안 땡기고. 기분도 영 이상하고.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1. 몸이 먼저 이상하다고 말하더라고요
눈을 떴는데 이상했어요. 어제랑 같은 침대, 같은 이불, 그런데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몸이 너무 무거웠어요. 눈은 떴는데, 움직이기 싫었어요.
아, 나 진짜 피곤한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계속됐어요.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숨 쉴 때마다 가슴이 좀 조이는 것 같고. 막 숨이 안 쉬어지는 건 아닌데, 그냥 좀... 얕은 느낌?
소화도 안 됐어요. 먹을 땐 몰랐는데, 먹고 나면 늘 체한 느낌. 더부룩하고, 답답하고. 입맛도 줄고. 아침도 대충 넘기고, 점심은 먹기 싫고. 저녁은 그냥 라면으로.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버텼어요.
목이랑 어깨도 자꾸 아프고, 뻐근한 게 하루 종일 지속됐어요. 스트레칭해도, 찜질해도... 그냥 원래대로 돌아가질 않았어요.
머리도 지끈거렸고. 그걸 참고 참고 넘기다 보니까 진통제를 찾게 되더라고요. 그 순간이 좀, 내가 지금 많이 지쳐있구나 싶었던 순간이었어요.
2. 마음이 조용히 무너질 때
몸이 힘들면, 마음도 같이 흔들려요. 이건 정말 맞는 말이에요. 저는 그걸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느꼈어요.
몸이 계속 피곤하니까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일들이 자꾸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누가 툭 한 마디 하면 그게 꽂히고, 농담도 기분 나쁘게 들리고.
그래서 점점 말수가 줄었어요.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써야 하니까, 그게 너무 피곤했거든요.
문득 혼자가 편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카페도 혼자, 점심도 혼자, 저녁도 그냥 집에서 대충 때우고. 그러다보니 주말엔 아예 외출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나쁘지 않았어요. 처음엔. 근데… 이상하게 공허했어요. 고요한데, 마음은 시끄럽고 몸은 쉬고 있는데, 머리는 복잡하고. 그런 상태요.
밤엔 잠도 잘 안 왔어요. 자는 게 쉬는 건데 그게 제일 어려워졌어요. 눈 감아도 생각이 자꾸 돌아가고, 조용히 눈물 나는 날도 있었어요. 왜 울었는지도 모르게요.
그냥… 그랬어요. 힘들다, 이런 단어로 표현되기 어려운 묘한 무게감이 계속 있었어요.
한번은 친구가 “요즘 왜 이렇게 연락이 없냐”고 물었는데, 그 말을 듣고서야 ‘아, 내가 진짜 무너지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그땐 아무렇지 않게 “좀 바빴어”라고 했지만 마음속에선 울고 있었죠.
혼자서도 계속 “왜 이렇게 된 거지?” “언제부터 이렇게 무거워졌지?” 그 생각만 맴돌았어요.
답은 없었어요. 다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건 확실했어요.
3. 그래서, 아무거나 해보기로 했어요
뭘 바꿔야 할까 고민했어요. 근데 뭔가 큰 걸 바꾸긴 너무 지쳐 있었어요. 그래서 진짜, 작게 시작했어요. 정말 별 거 아닌 것부터요.
가장 먼저 한 건, 걷기. 딱 10분만. 하루에 한 번, 동네 한 바퀴. 이어폰 없이 걷는 거. 그냥 조용히, 발소리 들으면서.
처음엔 별로였어요. 근데 어느 날,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좋더라고요.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르륵 비추는 거 보고 잠깐 멈췄어요. 그게 그렇게 좋았어요.
그다음은 차 한 잔. 밤마다 카페인 없는 허브차를 마셨어요. 따뜻한 그 온기가 마음까지 녹여주는 것 같았어요.
자기 전엔 핸드폰 내려놓고 불 끄고 그냥 누웠어요. 음악도 안 틀고, 그냥 조용히 누워서 눈 감고 있었어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그 시간이 점점 좋아졌어요.
그리고 아침엔 알람 끄고 5분 정도 더 누워 있었어요. 일어나기 전 그 잠깐이 마음을 다잡는 시간 같았어요.
하루에 한 번, 거울 보면서 말했어요. “괜찮아, 오늘도 수고했어.” 그 말이 참 낯설었는데 매일 하다 보니 어느새 자연스러워졌어요. 남들이 안 해주는 말이지만 내가 나한테 해주는 건 되게 의미 있더라고요.
식사도 바꿨어요. 예전엔 자극적인 거, 빠르게 먹었는데 이젠 천천히, 따뜻하게. 귀리죽, 고구마, 바나나, 미역국. 그런 음식이 속뿐 아니라 기분도 편안하게 해주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하나씩 바꿔보면서 하루가 좀 덜 힘들어졌어요.
결론 – 몸의 신호는 조용하지만 분명해요
이제는 알아요. 몸은 말하지 않아도 확실히 말하고 있다는 걸요.
그땐 몰랐어요. 그냥 다들 그런 줄 알았어요. 누구나 피곤하고, 누구나 가끔씩 무기력하니까. 근데 아니더라고요. 내 몸이, 내 마음이 계속 말하고 있었어요. “지금 좀 멈춰줘.” “나 너무 힘들어.”
그걸 내가 너무 늦게 들은 거였어요.
이제는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그냥 넘기지 않아요. 아, 나 지금 지쳤구나. 그렇게 말해줘요. 그 말만으로도 조금은 괜찮아지더라고요.
큰 변화가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지금보다 조금 더 자기 자신을 바라봐주면 돼요. 숨 한번 길게 쉬어주고, 따뜻한 거 한 잔 마셔주고,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그게 진짜 ‘나를 지키는 방법’이더라고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나처럼 그런 시간을 겪고 있다면 부디, 몸이 보내는 그 조용한 신호를 절대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다 괜찮아질 수 있어요. 진짜로요. 조금만 더, 자기 자신을 챙겨주자고요.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진심으로.